2010년 1월 5일 화요일

미성년 하_도스또예프스끼_열린책들

 

미성년 하_도스또예프스끼_열린책들

20090923~20091105

 

 

┌마음속에서 이따금씩 나는 이런 상상을 하고 있다.┘

다소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이제 전투는 끝났고 싸움소리도 잠잠해졌어.

서로에 대한 저주, 돌팔매질, 그리고 야유의 휘파람소리가 다 지나간 다음 고요가 찾아들었지.

그리고 인간은 오랫동안 꿈꾸었던 대로 홀로 남게 되었다.

예전에 가졌던 그들의 위대한 이념은 이제 그들을 버린 거야.

그때까지 그들을 복돋아 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던 위대한 힘의 원천은

클로드 로랭의 그림 속에 나오는 간절히 사람을 부르는 듯한

그 커다란 태양처럼 서서히 힘을 잃어 간 것이지.

그 정경은 마치 인류의 최후의 날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문득 자신들이 완전히 홀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갑자기 처절한 고독감을 느끼기 시작했어. 아르까지,

인간이 감사하는 마음을 모두 잊어버린 채, 그처럼 어리석은 존재가 되리라고

나는 단 한 번도 상상할 수 없었다.

완전한 고독에 빠진 인간은 이전보다 더욱더 긴밀하게 서로에게 깊은 정을 느끼면서 서로 의지하게 될 거야.

이제야 비로소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결국 자신들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이제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기로 한 거야. 그들이 꿈꾸던 영원한 생명에 관한 사상은 이제 사라져버리고,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바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

지금까지 영원한 하느님을 향하던 그 사랑이 이제는 자연, 세계, 인류, 그리고 풀 한 포기를 향하게 된 거야.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덧없음과 유한함을 점차 자각하게 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애정을 대지와 모든 종류의 생명체에게 점차 쏟게 될 것이다.

이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하였던 특이한 현상과 신비가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그들은 차차 새롭게 인식하고 그것을 발견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이제부터 그들은 자연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연인끼리 바라보는 그런 애정어린 눈으로 보게 될 테니까.

그들은 생명의 유한함이 자신들에게 남겨진 전부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서둘러 꿈에서 깨어나 서로 입을 맞추고 사람을 나누려 할 거야.

상대방을 위해서 서로 일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모든 사람에게 나눠 주는 행위 속에서

비로소 그들은 진전한 행복감을 느끼게 되겠지.

또 아이들은 이 지상의 모든 인간이 그에게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될 거야.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내일이 내 마지막 날일지라도>라고 누구나 생각하게 될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지. 나는 사라져 버리겠지만 그들은 모두 뒤에 남아 있을 것이고,

그들이 죽어도 또 그들의 자식들이 계속해서 남아 있을 테니까.>

그들이 뒤에 남아서 서로 영원히 사랑하고 서로의 일을 마음 깊이 염려해 주리라는 이 사상이야말로,

죽음 다음의 세계에서 서로 만날 것이라는 부활의 사상을 대체할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아, 자신들의 가슴속에 담겨 있는 처절한 슬픔의 흔적들을 없애기 위해서

그들은 서둘러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거야. 내면 속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진 채

그들은 자신의 일은 대강 하지만 상대방을 위해서는 세밀하게 임하게 될 것이며,

누구나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위해서 깊이 사유하게 될 거야.

그 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임하며,

지금처럼 그렇게 하는 것을 겸연쩍어하지도 않게 되겠지.

그리고 만나면 서로 상대방을 애정 어린 눈과 이해심 있는 표정으로 바라볼거야.

그 시선에는 깊은 애정과 정조가 느껴질 것이고.....

아마 그들은 천진한 이이들처럼 서로의 가슴을 포옹해 줄 거야. ┘
818~820쪽
메모_

현실을 파악하는 내용도 좋고
상상의 나래의 왕국은 이루어질수 없는 달콤한 상상이다.
상대방의 대한 배려가 넘쳐나는
자존이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