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옳음과 그름
주장이 옳음을 증명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실증하는 것이다. 인간은 직접 보고 들은 것만큼은 후하게 믿는다.이성적인 과학에서도 관찰은 가장 중요한 검증 도구의 하나다.
상업적 무선통신기를 최초로 발명한 마르코니는 1902년 무선 신호가 대서양을 건널 수 있는지 실험을 했다. 캐나다에 있던 그는 영국에서 쏜 모스신호 '에스'(S)자를 분명하게 들었다. 20년 뒤 지구를 싸고 있는 전리층이라는 게 발견됐다. 전리층에 반사된 전파는 지구 반대편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마르코니의 주장을 확증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마르코니의 실험이 실패였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많은 과학자는 이제 이를 정설로 받아들인다. 당시 마르코니가 실험한 중간 파동의 신호는 전리층 반사를 통해 대서양을 건널 수 없었다. 그럼 들린 소리는 뭐였을까? 마르코니는 우연히 잡힌 잡음을 들었거나, 그렇게 상상했을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강박증을 느낀 그가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을 들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지과학의 설명대로 인간은 보고 들은 것을 믿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보고 듣는지 모르겠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앞선 열 명의 실험 대상이 짜고서 엉뚱한 선택을 했다면, 이를 본 열한 번째 사람은 역시 그 선택을 따라갈 확률리 높다. 실제로 그렇게 믿으며, 인간 이성의 한자락, 믿음의 실체는 때론 그렇게 허약하다.
국가의 리더는 침묵하고, 많은 국민은 또 갈렸다. 극단에 서 있는 이들을 빼고도, 우리 곁의 진보와 보수는 이렇게 끝까지 평행선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옳음과 그름의 차이는 무엇일까? <장자>는 대신 이렇게 묻는다."시비를 어떻게 가를 수 있단 말인가? 보되 본것이 아니고, 듣되 들은 것이 아닐진대, 하물며 말로 말을 가릴 수 있겠는가?" 시비를 초월한 큰 나무 같은 지혜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